타인의 상처를 만지면 진심이 들린다? 잔인하고 아름다운 소설 《절창》구병모
[서평] 절창(切創)
베인 상처 속에서 길어 올린 인간 이해의 불가능성과 그 비릿한 슬픔에 대하여
어느덧 강한 빛이 창가를 눈부시게 하는 계절입니다. 이런 밝은 날조차도 망각속에 가둬두었던 해묵은 상처들이 불숙 예고없이 떠올라 마음이 쓰리곤 하죠. 오늘 제가 펼쳐 든 책은 구병모 작가의 절창》입니다. 제목인 ‘절창(切創)’은 예리한 날붙이에 베인 상처를 뜻합니다. 작가는 이 비릿하고도 아픈 감각을 통해, 우리가 타인을 ‘읽는다’는 행위가 얼마나 무모하고도 간절한 시도인지를 집요하게 파고듭니다. 감히 엄두조차 기 힘든 생각의 물꼬를 열어 깊이깊이 사색하게 만드는 어려운 책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베스트셀러의 반열에서 자리를 꿋꿋하게 지키고 있는 소설입니다.
1. 상처라는 이름의 텍스트, 그 위태로운 독법
소설은 타인의 상처를 만지면 그 내면을 텍스트처럼 읽어내는 능력을 가진 ‘아가씨’를 중심으로 흐릅니다. 누군가의 고통이 흐르는 자리에서만 진실을 마주할 수 있다는 설정은 매혹적이면서도 잔혹합니다. 그녀는 문오언의 저택에 갇힌 채 살아갑니다. 하지만 독서 선생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털어놓았던 그녀의 행위야말로, 그녀가 세상에 던지는 가장 큰 용기이자 희망의 몸부림이었을지도 모릅니다. 독서 선생은 그녀에게 어쩌면 살아갈 수 있는 희망 그 자체였을 테니까요."타인의 상처를 만지면 그 내면을 텍스트처럼 읽어내는 능력을 가진 '아가씨'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이 책은 아가씨와 독서 선생이 번갈아 가며 서술하는 독특한 형식을 취하고 있다."
2. 문오언의 뒤틀린 밀실, 사랑이라는 이름의 소유욕
저택의 주인 문오언과 아가씨의 관계는 뒤틀린 사랑의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오언의 소유욕은 차마 고백할 수 없는 사랑이었을까요? 그는 끝까지 아가씨를 곁에 두려 했고, 치명적인 순간에는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그녀를 지키려 했습니다. 그의 소유 방식은 부드러운 듯하지만 결코 따뜻하지 않았습니다. 아가씨는 그를 읽는 것이 두려웠을 것입니다. 그녀는 그저 오언의 따뜻한 온기가 필요했을 뿐이고, 그를 읽지 않는 것이야말로 악마 같은 그에게 희망을 품고 삶의 끈을 놓지 않는 유일한 방법이었을지 모릅니다."아가씨는 모든 인간은 읽어도 문오언 만큼은 절대로 읽지않는다 단언한다. 그러나 그녀는 결국 그남자의 죽음에 문턱에 읽고만다. 무엇을 읽었을까? 작가도 표현할 수 없는 그남자의 심장 저 밑바닥에는 무엇이 있을까?"
3. 딸기무늬 손수건의 여운, 그리고 오독(誤讀)의 숙명
오언은 결국 그녀만을 남기고 떠났고, 아가씨 또한 홀연히 사라집니다. 마지막 순간, 오언의 상처를 읽으며 그녀가 내뱉은 "좋아하는 사람을 이렇게 할퀴고 때리고 상처를 주면 안대"라는 말에 저는 눈물을 쏟고 말았습니다. 우리가 타인의 마음을 책처럼 읽어낼 수 있다고 믿는 것은 교만일지도 모릅니다. 작가는 상처를 통해 타인을 읽는 손을 내려놓고, 그들의 가슴에 손을 얹고 느끼라고 말합니다. 책처럼 고정되지 않고 시시각각 변하는 인간의 마음을 완전히 이해하려는 시도는 필연적으로 실패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좋아하는 사람을 이렇게 할퀴고 때리고 상처를 주면 안대. 결국 오언은 그녀만을 남기고 그렇게 떠났다. 아가씨도 홀연히 떠났다. 그남자의 마지막 상처의 이야기는 무엇이었을까? 날아가는 딸기무늬 손수건이 남긴 슬픈 여운이 여전히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절창》은 난해한 소설입니다. 하지만 문장을 완벽하게 이해하려는 강박을 내려놓고 제가 느끼고자 하는 것에 집중했을 때, 비로소 아가씨의 눈물이 제 가슴에 닿았습니다. 우리는 차가운 현실 속에서 ‘내가 너를 좀 알지’라는 속단으로 관계를 이어가고 있는 건 아닐까요? 그녀가 하찮게 여겼던 이전의 소박한 삶을 이제는 소중한 삶으로 살아가길 응원해 봅니다."오늘 누군가에게 이해받지 못해 외롭다면, 혹은 누군가를 다 안다고 믿고 있다면 이 책을 펼쳐보세요."
[Author : 구병모 | Publisher :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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